혜록정보기술DIGITAL PRODUCT STUDIO

개발 외주를 맡기려는데, 무엇을 적어서 가야 할까요

첫 미팅 전에 기획서까지는 필요 없습니다. 불편한 장면, 하루의 순서, 이번에 안 만들 것만 적어 가도 견적이 훨씬 정확해집니다.

개발 업체와 첫 미팅을 앞두고 있습니다. 대표님은 머릿속에 하고 싶은 게 가득한데, 막상 문서를 열면 첫 줄이 안 써집니다. 어디서부터 적어야 할지, 이 정도로 말해도 되는지 모르겠죠. 그래서 '일단 만나서 말씀드리죠' 하고 회의실에 들어가는 분이 많습니다.

그렇게 가도 큰 문제는 없습니다. 다만 업체가 대표님 머릿속을 알아맞히게 되니, 나중에 '이게 아닌데' 하는 일이 생기기 쉽습니다. 이사 가는 날 짐을 어디에 놓을지 말하지 않고 이삿짐센터를 부르는 것과 비슷하죠. 그러니 길고 멋진 기획서까지는 필요 없고, 몇 가지만 적어 가면 됩니다.

먼저 세 줄로

  • 기능보다 지금 불편한 장면을 먼저 적습니다.
  • 누가, 언제, 무엇을 하는지 한 줄씩 씁니다.
  • 이번에 안 만들 것도 함께 적어 둡니다.

완벽한 기획서는 필요 없습니다

업체가 제일 먼저 묻는 건 기능이 아닙니다. 어떤 문제가 있어서 왔느냐입니다. 의사를 찾아가면 '이 약 주세요'보다 '여기가 아파요'가 먼저인 것과 같아요.

그러니 '인스타그램 같은 앱을 만들고 싶다'보다 '주문을 전화로 받다 보니 하루에 서너 건은 빠뜨린다'가 훨씬 잘 전달됩니다. 문제가 분명하면 업체가 더 알맞은 방법을 골라 줄 수 있습니다. 때로는 새로 만들지 않고 지금 쓰는 도구를 손보라고 말해 줄 수도 있고요.

누가 언제 뭘 하는지, 한 줄씩 써 보세요

기능 목록을 만들려 하면 막힙니다. 대신 하루의 장면을 순서대로 적어 보세요. 직원이 아침에 무엇을 열고, 손님이 어디를 누르고, 대표님은 언제 무엇을 확인하는지요.

이 장면이 곧 개발 범위의 뼈대가 됩니다. 장면마다 '누가, 무엇을, 어떻게'만 있으면 충분합니다. 예를 들면 이런 식입니다.

  1. 손님이 주문휴대폰에서 메뉴를 고르고 결제합니다.
  2. 직원이 확인새 주문이 오면 화면에 알림이 뜹니다.
  3. 준비 완료 표시직원이 버튼을 누르면 손님에게 안내가 갑니다.
  4. 대표가 마감 확인하루 매출을 한 화면에서 봅니다.

위 예시는 설명을 위해 만든 가상의 장면입니다. 여러분 사업에 맞게 바꿔 쓰세요. 꼭 순서가 이렇지 않아도 됩니다. 종이에 손으로 써서 사진을 찍어 보내도 업체는 충분히 알아봅니다.

'이번에는 안 만든다'를 적는 게 더 어렵습니다

하고 싶은 일을 적는 건 쉽습니다. 어려운 건 '이번에는 하지 않을 일'을 정하는 겁니다. 그런데 이게 예산과 일정을 지켜 줍니다. 집을 지을 때 방을 다 짓고 나서 '정원은 다음에'라고 정하는 것과 같아요. 처음부터 정원까지 넣으면 공사가 끝나질 않습니다.

기능마다 '꼭 필요', '있으면 좋음', '나중에'로 나눠 보세요. 꼭 필요한 것은 그게 빠지면 서비스가 돌아가지 않는 것뿐입니다. 막상 나눠 보면 '꼭 필요'가 생각보다 적습니다. 처음에는 거기까지만 만들고, 직접 써 본 뒤에 다음을 정하는 편이 실패가 적습니다.

업체와 이야기할 때는 같은 기능도 이렇게 말하는 게 서로 편합니다.

막연한 말구체적인 말
관리 기능 필요직원이 주문 목록을 보고 상태를 바꿈
회원 가입손님은 전화번호로 가입, 비밀번호 찾기는 나중에
통계 화면하루 매출과 주문 건수만 표시
기존 자료 연결지금 쓰는 엑셀 한 개를 옮겨 오기
말 바꿔 보기 예시. 항목은 설명을 위해 만든 것입니다. 오른쪽처럼 말하면 견적 오차가 확 줄어듭니다.

지금 쓰는 도구와 자료를 모아 두세요

새로 만드는 서비스는 대부분 기존 일과 이어져야 합니다. 지금 쓰는 엑셀, 장부 프로그램, 예약 사이트, 카카오톡 채널 같은 것들이죠. 이것들과 어떻게 이어야 하는지에 따라 일의 크기가 크게 달라집니다.

미팅 전에 지금 쓰는 도구 이름과, 옮기거나 이어야 할 자료의 샘플을 한두 개 챙기세요. 고객 정보가 들어 있다면 이름과 연락처는 지우고 보내도 됩니다. 자료를 미리 볼 수 있으면 업체가 '이건 쉽겠네요', '이건 정리부터 해야겠어요' 하고 훨씬 일찍 알려 줍니다.

사진 한 장도 도움이 됩니다. 지금 쓰는 화면, 비슷하게 만들고 싶은 사이트, 손으로 쓴 메모를 캡처해서 보내세요. 글로 열 줄 쓰는 것보다 정확합니다.

숫자 세 개만 정해 가세요

예산, 열고 싶은 날짜, 쓸 사람 수입니다. 정확하지 않아도 됩니다. '이 정도까지는 생각하고 있다', '연말 전에 열고 싶다', '직원 다섯 명이 쓴다' 정도면 됩니다.

예산을 말하면 손해 볼 것 같다고 걱정하는 분이 많습니다. 그런데 예산을 모르면 업체는 가장 큰 그림과 가장 작은 그림 사이에서 짐작할 수밖에 없어요. 범위를 맞추는 데 쓰라고 말해 주세요. 날짜도 마찬가지입니다. 행사나 시즌처럼 꼭 맞춰야 하는 날이 있으면 그 이유까지 알려 주세요.

미팅 전날 채워 볼 메모 다섯 줄

  • 지금 제일 불편한 장면은 무엇인가요?
  • 누가 언제 무엇을 하는지 순서대로 적어 보세요.
  • 이번에는 안 만들 것은 무엇인가요?
  • 지금 쓰는 도구와 옮길 자료 샘플은 무엇인가요?
  • 예산, 열고 싶은 날짜, 쓸 사람 수는 얼마쯤인가요?

글이 막히면 말로 시작하세요

다 못 채워도 괜찮습니다. 비어 있는 칸이 곧 미팅에서 함께 풀어 갈 질문이니까요. 혜록정보기술이 하는 일은 서비스 페이지에 있고, 앞서 쓴 글 개발 외주 견적서, 총액보다 먼저 볼 것들도 견적을 받으실 때 도움이 됩니다. 메모가 반쯤만 됐다면 그대로 프로젝트 문의로 보내 주세요.

비슷한 문제를 겪고 계신가요?

지금 상황과 해결하고 싶은 문제를 알려주세요. 아직 정리 중이어도 괜찮습니다.